담벼락 앞, 이틀 연속
2025년 12월 2일, 미국 미주리주 Knob Noster. 매사추세츠 번호판을 단 미니밴 한 대가 휘트먼 공군기지(Whiteman AFB) 외곽 철조망 앞에 멈춰 있었다. 운전석에는 35세 중국 국적자 Qilin Wu가 있었다. 그는 공군 특수수사대(AFOSI) 요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원은 촬영 금지를 고지하고 그를 돌려보냈다. 다음 날, 같은 미니밴이 같은 자리에 다시 나타났다.
두 번째 조사에서 휴대폰이 확인됐다. 18장의 사진과 영상. B-2 동영상, 철조망, 출입 게이트, 군 장비. Wu는 과거 버지니아 랭글리 공군기지에서 A-10과 B-2, B-52를 촬영한 적이 있고, 2024년 5월 플로리다 키웨스트 해군 항공기지 인근에서 경찰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2026년 1월 7일, 미주리 서부지구 연방검사는 Wu를 '허가 없이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했다. 해당 혐의의 법정형은 최대 1년이다.
짧은 이야기다. 짧아서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한 장이 아니라, 축적이다
휘트먼은 미국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의 유일한 운용 기지이자, 핵 3축 중 공중 축의 핵심이다. 2025년 6월 미 국방부가 공식 발표한 'Operation Midnight Hammer'에서 이 기지 소속 B-2 편대가 이란 핵시설 타격에 투입됐다.
공개출처정보(OSINT)에서 사진 한 장은 대개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수십 장이 날짜·시간·각도 정보와 결합되면 이륙 빈도, 격납고 개폐 패턴, 경계 교대 시점으로 재구성된다. 위성은 위에서 내려다본다. 담벼락 앞의 망원렌즈는 위성이 놓치는 각도를 채운다.
미국 사례의 축적
Wu 사건은 단발이 아니었다.
중국 국적자 Yinpiao Zhou가 드론을 띄워 촬영한 혐의로 체포. 샌프란시스코 공항 중국행 항공편 탑승 직전 검거. 휴대폰에서 "Vandenberg Drone Rules" 검색 기록과 고도 제한 해제 방법 대화가 발견됐다.
71세 Xiao Guang Pan, 우주군기지 인근에서 드론으로 탄약고와 발사대, 잠수함 부두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2025년 2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사령관 Gregory Guillot 공군대장은 한 줄의 숫자를 공개했다.
한 건은 예외다. 열 건은 우연일 수 있다. 세 자릿수는 다르다.
기지 바깥 1마일
Wu 사건 전에 이미 공개된 보도가 하나 있었다.
2025년 11월, Daily Caller News Foundation의 Philip Lenczycki 기자는 휘트먼 기지 활주로에서 1마일 이내에 있는 'Knob Noster Trailer Park'의 소유 구조를 추적한 조사 보도를 냈다. 이 부동산은 2017년 Property Solutions 3603 LP라는 유령회사를 통해 매입됐고, 보도는 중간 법인 여럿을 거쳐 중국계 캐나다인 부부 소유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이 부부는 'New Federal State of China(NFSC)'와 연관돼 있다고 보도됐다.
그럼에도 이 보도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전략자산 1마일 이내 부동산의 외국인 소유 구조가 8년간 공개 검증 없이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2026년 1월 23일, 미주리 국무장관 Denny Hoskins는 해당 운영 법인의 사업자 등록을 행정 취소했다. 보도 2개월 만의 조치였다. 시스템은 반응할 수 있었다. 반응 이전 8년간이 비어 있었을 뿐이다.
한국의 2024-2025년
같은 문제를 한국에 대입하면 그림이 더 촘촘해진다.
중국인 유학생 3명이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와 한미일 연합훈련차 정박 중이던 미 해군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을 드론으로 촬영. "호기심이었다"고 진술. 휴대폰에서 부산 내 군사시설 촬영물 다수 발견, 일부는 중국 SNS에 업로드됐다.
40대 중국인 남성, 인천공항 입국 직후 렌터카로 헌인릉 이동. 드론으로 국가정보원 본청 방향 촬영. 국정원 드론 탐지 시스템에 적발. "실수였다"고 진술. 해당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이다.
중국인 관광객,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약 2km 떨어진 지점에서 드론을 띄움. 제주공항은 국가보안 가급 시설이며 반경 9.3km가 비행금지구역이다.
중국인 고교생 2명, 제10전투비행단 인근에서 이착륙 전투기를 DSLR로 촬영하다 주민 신고로 검거. 사건 3일 전 관광비자 입국. 망원렌즈 DSLR과 함께 무전기 소지. 수사 당국은 운항관제대대 교신 감청 시도 가능성을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고 전해졌다.
첫 인상과 수사 결과는 달랐다. 두 명은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3월까지 각각 3회와 2회 입국해 수원·평택 오산 등 한미 군사시설 4곳과 인천·김포·제주 공항 3곳에서 수백 회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단독 보도 이후 여러 매체가 전한 바에 따르면, 검거된 고교생 중 한 명은 경찰 조사에서 "부친의 직업은 공안"이라고 진술했다. 일부 보도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부모가 중국 공안으로 확인됐다"고 전했고, 경찰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었다.
2026년 1월 수원지방법원 첫 공판. 변호인의 변론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중국은 한국 법률상 적국이 아니므로 이적죄가 성립할 수 없다."
두 번째 문장은 수사기관을 공격하는 말이 아니었다. 당시 한국 법체계의 구조를 정확히 찌른 말이었다.
가장 무거운 사건
2024년 7월 공개된 정보사 군무원 사건은 별도의 무게로 다뤄야 한다.
국방부 브리핑과 이후 판결문 내용을 종합하면, 전직 국군정보사령부 공작팀장 천모씨는 2017년 4월 현지 공작망 접촉을 위해 중국 옌지 공항을 방문했다가 중국 측에 체포됐다. 조사 과정에서 포섭 제의를 받았고, 2019년부터 문서 12건과 음성 메시지 18건 등 30건의 기밀을 중국 측 접촉자에게 전달했다.
전달 경로는 단순했다. 휴대폰 무음 카메라로 촬영한 뒤 중국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 위챗 음성 메시지로 비밀번호 공유. 수수한 금액은 지인 차명계좌 등을 통해 1억 6205만 원으로 확인됐다.
진짜로 드러난 것은 법체계의 구조였다.
국군방첩사령부는 초기에 군형법상 간첩 혐의를 포함해 송치했다. 군 검찰은 법리 검토 후 간첩 혐의 적용을 배제했다. 군 검찰은 중국 측 접촉자가 북한과 직접 연계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현행 한국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 즉 북한을 위한 행위에만 적용된다.
군 검찰이 대신 적용한 죄목은 군형법상 일반이적죄였다. 2025년 1월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징역 20년, 벌금 12억 원, 추징금 1억 6205만 원을 선고했다. 2026년 1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피의자가 민간인이었다면 군형법은 애초에 적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성년자였다면 형량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체계가 실제로 작동해 온 방식이다.
우연이 반복되면 패턴이다
지금까지의 사례는 네 가지 지점에서 겹친다. 피의자 진술은 '호기심', '취미', '실수'로 수렴한다. 촬영 대상은 일관되게 전략 가치가 높은 시설이다. 개별로는 우연이지만, 2년 내 누적 건수와 대상의 일관성은 우연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수사기관이 인지하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렸다.
1년 / 드론 탐지
2년 / 최소 건수
규모는 다르고 구조는 같다. 여기서부터 '패턴'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 기술이다.
구조의 문제
한국 형법 제98조 간첩죄는 1953년 제정 이래 73년간 개정되지 않았다. 적용 대상은 '적국을 위한 간첩 행위'였고, 대법원 판례상 '적국'은 북한으로 한정돼 왔다.
공백을 메운 것은 우회 조항들이었다. 군무원 사건은 군형법 일반이적죄. 수원 고교생 사건은 군사기지법·통신비밀보호법·전파법·일반이적죄의 조합. 드론 사건 대부분은 항공안전법.
간첩에게 간첩이라는 이름을 붙일 법이 없었을 뿐이다.
2026년 2월 26일, 국회 본회의가 형법 제98조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73년 만의 개정이었다. 간첩죄 적용 대상이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됐다.
개정은 진전이다. 그러나 두 가지 한계가 남는다. 형벌불소급 원칙에 따라 법 개정 이전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거론한 모든 한국 사례는 기존 법 체계로 처리된다. 그리고 신설 조항은 "외국 등의 지령·사주·의사 연락 하에"라는 주관적 구성 요건을 포함한다. 수사기관은 배후의 지령 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예상되는 세 가지 반론
첫째, 개별 사건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 단일 사건이라면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글은 단일 사건에서 결론을 끌어내지 않는다. 미국 1년 350건, 한국 2년 내 최소 5건, 그리고 정보사 군무원 사건. 촬영 대상과 행위 패턴의 일관성은 개별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둘째, 호기심이나 취미로 설명할 수 있다. 가능한 해석이다. 다만 시스템 설계의 기준은 내심 추정이 아니다. 같은 패턴이 반복될 때 그 구역에 상시 감시 체계가 존재하는가. 이것이 질문의 층위다.
셋째, 개정된 간첩법은 남용될 수 있다. 정당한 우려다. 법학계와 시민사회는 국가기밀 개념의 모호성과 수사 권한 집중의 위험성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다만 남용 경계가 공백 유지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두 과제는 동시에 풀어야 한다.
세 개의 질문
이 글은 국적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를 다룬다. Wu 사건을 한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면 질문 자체가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누가'가 아니라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다.
미국의 시스템은 느리지만 작동했다. 한 명이 기소됐고, 한 개의 운영사가 행정 취소됐고, 한 명의 의원이 카메라 앞에 섰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지만, 반응은 있었다.
한국의 시스템은 2026년 2월 26일에 첫 번째 법적 도구를 얻었다. 그러나 그 도구는 과거 사건에 적용되지 않고, 미래 사건에는 '배후 지령 입증'이라는 숙제를 남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세 가지 질문을 남긴다.
- 한국의 주요 군 시설 외곽 1마일 이내 부동산의 외국인 소유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정부 기관은 어디에 있는가.
- 2026년 2월 26일 개정된 간첩법이 첫 유죄 판결에 도달하기까지, 수사기관은 '배후 지령 입증'이라는 문턱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 2024년 6월 부산, 2024년 11월 내곡동, 2025년 3월 수원. 같은 유형의 사건이 1년 사이에 세 번 발생했을 때, 우리가 먼저 던졌어야 할 질문은 "저들은 왜 저러는가"였는가, "우리는 왜 매번 뒤늦게 발견하는가"였는가.
세 번째 질문이 가장 무겁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과거형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담벼락 앞에 또 다른 카메라가 서 있을 수 있다. 이번에도 답하지 못하면, 다음 장면 역시 다시 뉴스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
- The Aviationist · "Chinese National Charged With Unlawfully Photographing Home Of U.S. B-2 Fleet In Missouri"2026.1.8
- The National Interest · "A Chinese 'Tourist' Illegally Photographed the B-2 Spirit at Whiteman AFB"2026.1.15
- Fox4KC · "Chinese national charged with photographing B-2 bombers outside Whiteman AFB"2026.1.12
- Daily Caller News Foundation · "EXCLUSIVE: US Nuclear Bomber Fleet Shares Fence With Trailer Park Linked To Chinese Intel-Tied Fraudster"2025.11.10
- Daily Caller · "Authorities Put CCP-Tied Trailer Park Next To Top Secret US Bomber Base On Notice"2026.1.23
- Military.com · "Chinese Citizen Arrested After Allegedly Flying Drone, Taking Photos of Space Force Base"2024.12.11
- Fox News · "Foreign nationals flying drones over US military sites raises 'espionage' concern: expert"2025.3
-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기록2025.2
한국 — 촬영·드론 사건
- 뉴시스 · "[단독]공군 비행장 도둑 촬영한 中 고교생, 중국 공안 자녀였다"2025.4.8
- 경향신문 · "수원 공군기지 무단 촬영 중국 고교생 '아버지가 공안' 진술"2025.4.8
- 서울신문 · "'부친 직업 공안'…공군 전투기 무단촬영한 中고교생 진술"2025.4.8
- 세계일보 · "'아버지가 공안'…중국인학생, 수원 군시설 등 수천장 촬영"2025.4.9
- 한국일보 · "한미 군사시설 촬영 혐의 중국 10대 고교생, 이적죄 부인하며 '취미활동' 주장"2026.1.13
- SBS 뉴스 · "'전투기 촬영' 검거해도 간첩죄 적용 불가…군사기지법 처벌 한계"2025.4
-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발표
한국 — 정보사 군무원 사건
- 대법원 2025도13775 판결 (확정)2025.12.11
- 법률신문 · "[판결] '블랙요원 명단 유출' 정보사 군무원, 징역 20년 확정"2026.1.20
- 경향신문 · "'조선족에 납치돼 협박 받아' 주장 안 통했다…블랙요원 명단 등 군사 기밀 유출한 정보사 군무원"2026.1.20
- YTN · "기밀 촬영하고 갖고 나가고…구멍 난 군 정보사령부"2024.8.28
- MBC 뉴스 · "군 비밀요원 유출한 정보사 요원, 구속기소…'7년 전 중국에 포섭'"2024.8.28
-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2024.8.28
간첩법 개정
- KNN · "'간첩법 확대' 형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2026.2.27
- 한국경제 · "국가핵심기술 스파이도 간첩법으로 처벌길 열린다…본회의 통과 눈 앞"2025.12.7
- 세계일보 · "'간첩법 개정안' 헌정사 첫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2025.12.3
- 법률신문 · "'적국→외국' 간첩죄 틀이 달라진다"2024.11.26